이 조항이 말하는 것
이 글은 홈페이지, 쇼핑몰, 업무용 앱 개발을 외주로 맡긴 중소기업 발주 담당자와 개인사업자를 위한 해설입니다. 다음 상황을 가정합니다. 용역 계약서에는 "발주자는 납품일부터 7일 이내에 검수 결과를 통지하며, 이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검수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또 "하자담보 기간은 검수 완료일부터 6개월로 하며, 검수 완료 후에는 납품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발주자는 일정이 빠듯해 7일 안에 테스트를 마치지 못했고, 그대로 잔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석 달 뒤 특정 조건에서 결제가 두 번 처리되는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개발사는 "검수가 끝났으므로 더 이상 이의를 받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때 발주자가 묻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간주검수로 검수가 끝난 뒤 발견된 하자도 수급인에게 고쳐 달라고 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글은 검수 조항과 하자담보 조항이 각각 무엇을 정하는지 나누어 보고, "검수 후 이의 불가" 문구가 어디까지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수 합격은 일이 완성되었는지 확인하고 대금 지급 시기를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하자담보책임은 그 뒤에 드러난 하자를 다루는 별도의 장치입니다. 따라서 검수를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하자 청구가 당연히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계약서가 정한 기간과 통지 방식은 지켜야 합니다.
쉽게 풀어 보면
용역 계약 가운데 결과물을 만들어 넘기는 계약은 대체로 민법의 도급 규정을 기준으로 해석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민법 제667조부터 제672조를 찾아보면 수급인의 담보책임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667조에 따르면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도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 보수 대신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에 지나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보수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제670조는 이 권리를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 안에 행사하도록 정하고, 인도가 필요 없는 일은 일이 끝난 날부터 기간을 셉니다. 제672조는 담보책임을 지지 않기로 특약을 했더라도 수급인이 알면서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이 구조에 비추어 보면 검수 조항은 "일이 완성되어 넘겨졌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하자담보 조항은 "완성된 뒤 드러난 흠을 누가, 언제까지 책임지는가"를 정하는 장치입니다. 검수 기간 안에 발견한 결함은 불합격으로 처리해 재작업을 요구하고, 검수 뒤에 드러난 결함은 하자보수 청구로 다루는 것이 두 조항의 일반적인 역할 분담입니다. 같은 결함이라도 언제 발견했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권리가 다르며, 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검수 기간 안에 발견한 경우: 검수 불합격을 통지하고 재작업이나 보완을 요구합니다. 일의 완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잔금을 지급할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 검수 합격(간주검수 포함) 후 하자담보 기간 안에 발견한 경우: 하자보수 청구, 보수를 대신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합니다. 잔금이 남아 있다면 민법 제667조 제3항이 동시이행에 관한 제536조를 준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지급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 하자 때문에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민법 제668조는 이런 경우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건물이나 그 밖의 토지 공작물은 예외로 두고 있으므로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결과물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 계약서가 정한 하자담보 기간이 지난 뒤 발견한 경우: 원칙적으로 청구하기 어려워집니다. 다만 수급인이 하자를 알면서 숨긴 사정이 있다면 제672조의 취지에 따라 수급인이 면책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검수 완료 후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문구는 결국 담보책임을 없애거나 줄이는 특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법이 면책 특약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으므로 이 문구가 전혀 효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672조가 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또 그 계약서가 한쪽이 여러 거래처에 똑같이 쓰려고 미리 마련한 약관에 해당한다면 함께 살펴야 할 규정이 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담보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조항을 무효로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구 하나로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의 성격과 하자의 내용을 함께 따져 판단합니다.
소비자(발주자)가 확인할 점
간주검수 조항은 납품을 받은 쪽이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합격으로 처리하는 장치입니다. 수급인에게는 대금 지급이 끝없이 미뤄지는 것을 막아 주는 조항이지만, 발주자에게는 짧은 기간 안에 테스트를 끝내야 하는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다툼은 주로 세 가지에서 생깁니다. 결과물의 규모에 비해 검수 기간이 충분했는지, 이의 제기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했는지, 검수 기준이 계약서에 들어 있었는지입니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나 용역을 맡기는 하도급 관계라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원사업자가 목적물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서면으로 알리지 않으면 합격으로 보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해당 거래가 이 법의 적용 대상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을 맺기 전이나 하자를 발견한 직후 확인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검수 기간을 "납품일", "설치 완료일", "발주자 통지일" 가운데 어느 날부터 세는지 확인합니다.
- 검수 기준이 되는 기능 명세서, 테스트 시나리오, 요구사항 정의서가 계약서나 부속 문서에 첨부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이의 제기 방법이 서면, 전자우편, 협업 도구 메시지 가운데 무엇으로 정해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 하자담보 기간을 "검수 완료일부터" 세는지 "납품일부터" 세는지, 기간이 몇 개월인지 확인합니다.
- "검수 후 일체 이의 불가", "하자담보책임은 무상 보수에 한정한다" 같은 제한 문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하자를 발견한 일시, 재현 방법, 화면 기록, 서버 로그를 날짜별로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 하자보수 이행보증이나 잔금 일부 유보 같은 담보 장치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실제 다툼에서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기간과 기록입니다. 계약서가 하자담보 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면 그 기간 안에 하자를 특정해 통지한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같은 오류라도 언제 처음 발견해 언제 알렸는지가 남아 있지 않으면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했는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또 하자가 발주자가 제공한 자료나 발주자의 지시 때문에 생겼다면 민법 제669조에 따라 담보책임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수급인이 그 자료나 지시가 부적당하다는 것을 알면서 알리지 않았다면 예외가 됩니다. 따라서 요구사항을 바꾼 이력과 개발사의 의견 회신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될 때의 절차
첫 단계는 하자를 특정해 서면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통지서에는 계약명과 계약일, 하자가 나타나는 기능과 재현 조건, 처음 발견한 날짜, 근거가 되는 하자담보 조항, 보수를 마쳐야 하는 기한을 적습니다. 민법 제667조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보수를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기한은 구체적인 날짜로 밝혀 두는 편이 이후 절차에서 분명합니다. 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했는지 증명하기 위해 내용증명 우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급인이 "검수가 끝났다"는 이유로 보수를 거절하면, 발주자는 검수 조항과 하자담보 조항이 별개의 장치라는 점과 하자담보 기간 안에 통지했다는 점을 다시 서면으로 밝힙니다. 그래도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 보수를 맡긴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이때 다른 업체의 견적서와 작업 내역, 원래 계약 범위와 비교한 자료가 손해액의 근거가 됩니다. 잔금이 남아 있다면 일방적으로 지급을 끊기보다 보수가 이행되면 그에 맞춰 지급하겠다는 뜻을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다툼을 줄입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 절차로 넘어갑니다. 청구 금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금액 자체는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 지급명령 신청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 지급명령 신청서, 소장 양식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하자가 실제로 있는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기술적으로 다투는 사건은 감정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식을 작성하기 전에 하자 기록과 계약 문서를 한 묶음으로 정리해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조항 해설이며, 개별 계약서의 문구와 거래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