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항이 말하는 것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직접 만든 캔들을 판매하는 1인 사업자를 예로 듭니다. 어느 날 판매 중인 상품명과 같은 이름의 상표권자라고 밝힌 회사에서 내용증명 우편으로 경고장이 도착합니다. 경고장 끝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귀하는 본 서신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해당 표장의 사용을 중단하고, 첨부한 확약서에 서명하여 회신하여야 합니다. 기한 내 회신이 없을 경우 귀하가 침해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고 민·형사상 조치를 진행하겠습니다.」 이 문구는 설명을 위해 실제 경고장에 흔히 쓰이는 표현을 재구성한 예시입니다.
경고장을 받았을 때 침해가 성립하는지를 따지는 해설은 이미 여럿 나와 있습니다. 이 글은 그보다 앞선 단계의 문구 하나를 다룹니다. 경고장이 정한 회신 기한을 넘기면 정말 침해를 인정한 것이 되는지, 그리고 함께 온 확약서에 서명하면 법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정리합니다. 기한에 쫓겨 서명부터 하기 전에 이 문구가 실제로 어떤 힘을 가지는지 구분해 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이 문구를 읽을 때는 한 문장 안에 성격이 다른 요구가 섞여 있다는 점부터 구분합니다. 표장 사용을 멈추라는 요구, 확약서에 서명해 돌려 보내라는 요구, 회신이 없으면 침해를 인정한 것으로 보겠다는 선언, 그리고 민·형사상 조치를 하겠다는 예고가 차례로 들어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상대방의 요청이고, 세 번째는 상대방의 해석이며, 네 번째는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 수신인이 곧바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확약서 서명 여부뿐이고, 나머지는 사실 확인을 거쳐 대응 방향을 정할 대상입니다. 경고장을 받은 날에는 봉투와 우편 기록을 버리지 않고 수령일을 메모해 두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쉽게 풀어 보면: 「간주」는 보내는 사람이 정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법률 용어로 「간주」는 법률이 어떤 사실을 그렇게 정해 두어 반대 증거로도 뒤집지 못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이런 효과는 법률이 직접 정하거나 당사자가 함께 합의한 경우에 생깁니다. 경고장은 권리자가 한쪽에서 보내는 의사 표시이므로, 받는 사람이 동의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법적 효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회신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침해가 성립하거나 침해를 자백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침해 여부는 결국 소송이나 심판에서 등록상표, 지정상품, 실제 사용 형태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경고장에 적힌 7일이라는 기한 역시 법이 정한 기간이 아니라 권리자가 정한 대응 일정입니다.
그렇다고 경고장을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고장이 도착한 시점부터 수신인은 상대방 상표권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상표법은 등록상표임을 표시한 상표권을 침해한 경우 등록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경고장은 이와 별도로 언제부터 알았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수령 후에도 같은 표장을 아무 검토 없이 계속 쓰면 손해배상이나 형사 절차에서 몰랐다는 주장을 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회신 기한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 확인과 대응 방향을 정하는 일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오히려 주의할 부분은 침묵보다 회신의 내용입니다. 회신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으로 확정되지 않지만, 당황해서 보낸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같은 답장이나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은 나중에 사용 사실과 인식 정도를 보여 주는 자료로 제출될 수 있습니다. 예고된 민·형사상 조치도 경고장에 적었다고 해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각 절차가 요구하는 요건을 권리자가 따로 갖추어야 진행됩니다. 따라서 기한이 촉박하더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는 구두로 답하거나 사과 문구를 보내지 않고, 회신은 서면으로 한 번에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첨부된 확약서는 경고장과 성격이 다릅니다
경고장이 일방적인 통지라면, 첨부된 확약서는 서명하는 순간 양쪽 사이의 약속이 됩니다. 확약서에는 보통 해당 표장의 사용 중단과 재고 폐기, 침해 사실의 인정, 일정 금액의 지급, 약속을 어겼을 때의 위약금 같은 조항이 함께 들어갑니다. 경고장의 「간주」 문구가 스스로 효력을 만들지 못하는 것과 달리, 서명한 확약서의 내용은 그 자체로 당사자를 묶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세 가지 문구를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첫째, 「침해 사실을 인정한다」는 문구에 서명하면 나중에 침해가 아니었다고 다툴 때 불리한 자료가 됩니다. 둘째, 위약금 조항은 상표권 침해가 실제로 성립하는지와 별개로 약속 위반 자체를 이유로 금전을 청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중단 대상이 「이와 유사한 일체의 표장」처럼 넓게 적혀 있으면 앞으로 쓸 상품명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확약서는 받은 그대로 서명해야 하는 서류가 아니며, 사용 중단 범위와 유예 기간만 정하고 인정 문구는 빼는 식으로 수정안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명 전에 확인할 또 하나의 기준은 확약서가 분쟁을 실제로 끝내 주는지입니다. 사용 중단과 금전 지급을 약속하더라도 권리자가 그 이후 추가 청구나 고소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없으면, 수신인만 의무를 지고 분쟁은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수정안을 낼 때는 예를 들어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라는 문구를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하여」로 바꾸고, 중단 대상을 경고장에 적힌 표장과 상품으로 한정하며, 재고 소진을 위한 유예 기간과 서로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수정안을 받아들일지는 협의 결과에 달려 있으므로, 수정안을 보낸 날짜와 내용도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사업자가 확인할 점
회신 기한 안에 다음 사항을 먼저 확인해 두면 대응 방향을 정하기 쉬워집니다. 등록 여부와 권리자, 지정상품은 특허청이 제공하는 상표 정보 조회 서비스에서 경고장에 적힌 등록번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등록 여부: 경고장의 번호가 등록번호인지 출원번호인지 확인합니다. 출원 중인 상표는 아직 상표권이 생기지 않은 상태입니다.
- 권리자 명의: 발신인과 등록된 권리자가 같은지 확인하고, 다르다면 사용권 등 경고할 근거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존속기간: 상표권은 설정등록일부터 10년이며 갱신할 수 있으므로, 갱신되지 않아 소멸한 권리인지 확인합니다.
- 지정상품: 내가 파는 상품이 등록된 지정상품과 같거나 유사한 범위에 들어가는지 확인합니다.
- 사용 형태: 그 단어를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쓰는지, 향이나 용도를 설명하는 말로 쓰는지 구분합니다.
- 사용 시작 시점 자료: 상대방 출원일보다 앞선 판매 기록, 상품 게시물, 거래 증빙을 날짜와 함께 모아 둡니다.
- 상대방의 실제 사용 여부: 등록상표를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았다면 취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관련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상표법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한 조항, 상대방 출원 전부터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사용해 온 사람의 계속 사용을 인정하는 선사용 조항, 금지청구와 손해배상 조항을 함께 읽어 두면 경고장 주장의 범위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선사용 조항은 사용 기간과 인지도 등 여러 요건을 함께 갖추어야 하므로, 해당 여부는 자료를 갖추어 전문가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캔들 판매자 예시에 이 목록을 적용해 보면 확인 순서가 분명해집니다. 조회 결과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에 양초가 들어 있고 판매자가 그 단어를 상품명 맨 앞에 브랜드처럼 붙여 왔다면, 침해 주장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사안으로 보고 표장 변경 여부를 함께 검토합니다. 반대로 지정상품이 양초와 거리가 먼 분야이거나, 그 단어를 향의 종류를 알리는 설명으로만 써 왔다면 회신에서 그 차이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조회 화면과 판매 페이지를 날짜가 보이게 저장해 두면 이후 회신과 협의에서 같은 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될 때의 절차
회신은 법적 의무가 아니지만, 확인 결과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근거를 담은 서면 회신을 보내 두는 편이 기록 관리에 유리합니다. 회신에는 사용 시작일, 지정상품과의 차이, 사용 형태처럼 확인한 사실만 담고, 감정적인 표현이나 불필요한 사실 인정은 넣지 않습니다.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면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회신을 먼저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표장 변경 일정, 재고 처리 방법, 금전 조건을 협의로 조율할 수 있으며, 이때 합의 문서의 문구는 앞에서 본 확약서 기준으로 다시 확인합니다.
절차를 진행할 때는 수령 직후부터 순서를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경고장 수령일과 회신 기한을 기록하고, 앞의 확인 목록으로 등록 사항과 사용 형태를 점검한 뒤,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면 근거를 담은 회신을, 판단이 어렵다면 기한 연장 요청을 보냅니다. 판매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권리자가 플랫폼의 권리침해 신고 절차를 통해 상품 게시 중단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소명 요청이 오면 경고장 회신에 쓴 자료와 같은 내용으로 제출해 주장이 서로 엇갈리지 않게 합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권리자는 법원에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신인은 사용 중인 표장이 상대방 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권리범위확인심판, 등록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무효심판, 불사용을 이유로 한 취소심판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절차든 경고장 원본과 수령일을 알 수 있는 자료, 회신 사본, 판매 기록이 기초 자료가 되므로 날짜순으로 보관합니다. 이 글은 경고장 문구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침해 여부와 대응 방법은 변리사나 변호사 상담을 통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