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항이 말하는 것
이 글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했지만, 임대인이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살겠다며 거절해 이사한 주택 임차인을 위해 썼습니다. 이사하고 몇 달 뒤 그 집에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를 가정합니다. 이런 임차인이 궁금해하는 점은 보통 하나입니다.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받을 수 있다면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는지입니다. 이 글은 이 질문에만 답합니다.
근거 조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과 제6항입니다. 제5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같은 조 제1항 제8호)로 갱신을 거절했는데, 갱신되었더라면 이어졌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그 주택을 임대하면, 갱신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제6항은 배상액을 정하는 방법입니다. 당사자가 손해배상액을 미리 합의하지 않았다면 세 가지 금액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배상액으로 봅니다. 이 내용은 2020년 개정 때 도입되었으며, 개정 취지와 해설은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안내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 거절 사유는 제1항 제8호 하나뿐입니다. 제8호는 임대인 본인뿐 아니라 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반대로 차임 연체나 주택 파손처럼 다른 호를 이유로 한 거절이라면 제5항의 배상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먼저 임대인이 거절할 때 어떤 사유를 내세웠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쉽게 풀어 보면
조문을 풀어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며 갱신을 거절해 놓고 원래 갱신되었을 기간 안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았다면, 그럴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를 나간 세입자에게 손해를 물어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갱신되었을 기간'은 갱신 계약의 존속기간인 2년을 말합니다. 따라서 기존 계약 만료일부터 2년 안에 제3자에게 임대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요건은 세 가지로 나누어 확인합니다. 첫째, 임차인이 법정 기간 안에 갱신요구를 했고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했어야 합니다. 갱신요구 없이 합의로 이사했다면 이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했어야 합니다. 조문은 임대를 기준으로 하므로, 집을 팔기만 했거나 비워 둔 경우는 이 조항의 배상액 계산 방식이 바로 적용되지 않고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셋째, 임대에 정당한 사유가 없어야 합니다. 실거주를 시작한 뒤 예상하지 못한 사정이 생긴 경우 등이 정당한 사유로 거론되지만, 이는 개별 사안마다 판단되는 부분입니다.
적용 예를 들면 이해가 쉽습니다. 임대인이 거절 직후 곧바로 새 세입자를 들였다면 세 요건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임대인이 한동안 직접 살다가 2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았다면, 기간 요건은 충족되고 남는 쟁점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입니다. 반면 2년이 지난 뒤에 임대했다면 이 조항에 따른 배상 청구는 어렵습니다.
배상액을 정하는 세 가지 기준 비교
제6항은 '환산월차임'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환산월차임은 월세에 보증금을 월세로 바꾼 금액을 더한 것입니다.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는 제7조의2의 비율, 즉 연 10%와 기준금리에 시행령이 정한 이율(연 2%)을 더한 비율 가운데 낮은 쪽을 씁니다. 기준금리는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로 계산할 때는 해당 시점의 기준금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 제1호 기준: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입니다. 새 임대 조건을 몰라도 계산할 수 있어 최소 기준 역할을 합니다.
- 제2호 기준: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차액을 2년분으로 계산한 금액입니다. 새 세입자의 조건을 알아야 계산할 수 있습니다.
- 제3호 기준: 갱신거절로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입니다. 이사비, 중개보수, 새 집의 늘어난 주거비 등이 해당할 수 있으나, 임차인이 손해와 그 액수를 입증해야 합니다.
계산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치는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갱신거절 당시 보증금 2억 원, 월세 50만 원이었고 전환 비율을 연 4.5%로 가정하면, 보증금 환산액은 2억 원×4.5%÷12=75만 원이므로 환산월차임은 125만 원입니다. 제1호 금액은 125만 원×3=375만 원입니다. 임대인이 새 세입자에게 보증금 2억 원, 월세 80만 원으로 임대했다면 새 환산월차임은 155만 원이고, 차액 30만 원의 24개월분인 720만 원이 제2호 금액입니다. 이사비와 중개보수 등 입증된 실제 손해가 500만 원이라면 세 금액 가운데 가장 큰 720만 원이 배상액이 됩니다. 반대로 새 임대 조건이 종전과 같다면 제2호 금액은 0원이 되므로, 제1호의 375만 원과 입증된 실제 손해 가운데 큰 금액을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이 비교에서 판단 기준은 분명합니다. 세 금액을 모두 계산한 뒤 가장 큰 금액을 청구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새 임대 조건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우선 제1호 금액과 입증 가능한 실제 손해를 비교하고, 조건이 확인되는 대로 제2호 금액을 추가로 계산합니다. 다만 거절 당시 당사자가 배상액을 미리 합의했다면 이 비교 대신 합의한 금액이 기준이 됩니다.
소비자가 확인할 점
배상을 청구하려면 요건마다 증거가 필요합니다. 특히 갱신요구를 한 날짜와 거절 사유가 '실거주'였다는 점은 임차인이 먼저 보여 주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구두로만 주고받았다면 나중에 다툼이 생기기 쉬우므로,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처럼 날짜와 내용이 남는 자료를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 갱신요구를 보낸 날짜와 방법(문자메시지, 이메일, 내용증명 등)을 확인합니다.
- 임대인이 거절하면서 본인 또는 직계존속·직계비속의 실거주를 사유로 들었다는 기록을 보관합니다.
- 당시 계약서로 보증금과 월세를 확인해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을 계산합니다.
- 새 세입자의 입주 시기와 임대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모읍니다.
- 이사비, 중개보수, 새 집 계약 조건 등 실제 손해를 보여 주는 영수증과 계약서를 보관합니다.
- 거절 당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합의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합의가 있었다면 그 금액이 기준이 됩니다.
새 임대 조건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임대차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도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정비되었습니다. 다만 새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면 정보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청할 수 있는 범위와 필요한 서류는 신청 전에 해당 기관에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 순서는 다음과 같이 잡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먼저 거절 사유가 실거주였다는 기록을 확보하고, 이어서 새 임대 시점이 갱신되었을 기간 안인지 확인합니다. 그다음 새 임대 조건을 확인해 세 가지 금액을 계산합니다. 이 순서를 따르면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안에서 불필요하게 금액 계산부터 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될 때의 절차
먼저 임대인에게 사실관계와 청구 금액을 적은 서면을 보내 협의를 시도합니다. 서면에는 갱신요구 날짜, 거절 사유, 제3자 임대 사실, 위 세 가지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과 근거를 적습니다. 그래야 상대방도 금액 산정 방식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를 내세우면 그 사유가 생긴 시점이 실거주를 시작한 뒤인지, 거절 당시에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인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거절 당시에 이미 알 수 있었던 사정이라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정 신청 방법과 관할 지부는 조정 업무를 맡는 기관 가운데 하나인 한국부동산원 누리집에서 안내합니다. 조정은 당사자가 받아들여야 성립하므로, 성립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소송에서는 위에서 정리한 자료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절차를 진행할 때는 청구 금액을 하나로 고정하기보다 세 기준의 계산 근거를 함께 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조정이나 소송 과정에서 새 임대 조건이 추가로 드러나면 제2호 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구 금액이 크거나 정당한 사유를 두고 다툼이 있다면 신청 전에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조항 해설이며, 개별 사안에서 배상 여부와 금액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